최강 한파/정종배
올들어 체감온도 가장 낮은 날
서울역 광장 시계탑 앞에 모여
왈우 강우규의사 동상
7017서울역고가공원
세브란스병원
숭례문
남대문시장
부원면옥
신세계백화점
회현동 은행나무
대연각호텔
명동역
동창회 함께 한 친구들은
반세기를 변함없이 뜨겁게 살았다는 증거다
검은색롱페딩 긴 목도리 검은색썬그라스 방한모 롱부츠 싸매고
눈만 뺀히 내놓고 굴러와도
영희다 은숙이다 경옥이다 정금이다 또 영희다 명자다 선남이다
금희다 화수다 송희다 은희다 춘심이다
한 명도 햇갈리지 않고 다 알아맞춰
알친구가 좋긴좋다
고향 떠나 서울역에 내려서
방향을 몰라 헤매
허둥댈 때
낙아채이지 않고 용케 벗어나
아랫묵에서 웃목으로 밀려나
살아온 몸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는 사람들 아궁이 불을 지펴
아랫묵을 내주며
죽도록 바삐 살아
이런 추위 그냥 즐기는 것이제
콧물은 훌쩍이고 눈물을 휘날이며
서로 길을 내주며 환하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