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먹어 봐야/정종배
20년전 같은 학교 근무한 인연으로
엊그제 1박 2일 정기 모임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등을 돌며
교장선생님 정년퇴임 하시고
20년 앞 서서 가시는 분
5년을 근무한 학교를
전철역 나와서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올라가 찾거나
늙은이 찍어 봐야 다 소용 없어
내 나이 먹어 봐야 다 쓸데 없어
폰카로 남은 것은 사진뿐이다며
몇 걸음 떨어져 찍어대는
내 성을 자꾸 묻는
하루가 다른 말과 행동으로
내 20년 후를 읽고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말이라도 곱게 자주 하자
맘 먹었다
귀가 하는 차 안에서
기술과 선후배 사이에
전신주 가격이 1억이다 아니다
내기가 걸려 한참 씨름 하는 사이
전신주 박는 일로
중년을 짭짤하게 살아가는
럭비부 한복이한테 물어 확인 끝내고
고 동기 단톡에 한복이가 보내온
전신주 높이와 가격을
알아맞춘 친구는 한복이가
한 잔 사고 업고서 집에까지 모신다
한복아 마니 마니
정말 마니 사랑해를 올렸다
계산하기 바뿐지 고요하다
치매에 걸렸어도 나이 자신 분들은
우리의 거울이자
앞서 사신 선생님이시다
두 다리 조금이라도 성할 때
자주 만나 즐겁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