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목/정종배
ㅡ졸업을 축하하며
사랑하면 다가가 손잡는게
당연하다 믿는다
정말로 사랑하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너무나 가까우면 서로가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들어오라 허락하지 않는데
품안에 들어가면 폭력이다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가려면
어느 금에 멈춰서
더 이상 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당하는 폭행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내 자리에서
서 있을 수 있는 힘이다
누구든 나와 함께 설 수 있게
바람에 흔들리다 끄덕없이
제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쓰러지는 사람과 함께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주려고 혼자라도
옆에 서 있는 사랑이 사랑이다
사랑은 영원히 만나지 않아야
종점에 가 닿는 기찻길이다
우리는 내주어 서는 안되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그 사랑을 지키고
이어갈 수 있는 가슴을 지닐 때
사랑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쉬지 않고 굴러가
손쓸 새도 없이 익어 꽃이 핀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