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설해목

정종배 2019. 1. 24. 04:54

 

설해목/정종배

ㅡ졸업을 축하하며

 

 

사랑하면 다가가 손잡는게

당연하다 믿는다

정말로 사랑하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너무나 가까우면 서로가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들어오라 허락하지 않는데

품안에 들어가면 폭력이다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가려면

어느 금에 멈춰서

더 이상 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당하는 폭행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내 자리에서

서 있을 수 있는 힘이다

누구든 나와 함께 설 수 있게

바람에 흔들리다 끄덕없이

제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쓰러지는 사람과 함께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주려고 혼자라도

옆에 서 있는 사랑이 사랑이다

사랑은 영원히 만나지 않아야

종점에 가 닿는 기찻길이다

우리는 내주어 서는 안되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그 사랑을 지키고

이어갈 수 있는 가슴을 지닐 때

사랑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쉬지 않고 굴러가

손쓸 새도 없이 익어 꽃이 핀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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