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분/정종배
고향 친구 베트남 여행 예약
다낭 현지 홍역이 만연해
취소할까 통화한 후
어릴적 보았던
초분 쓴 장례식을 되새긴다
홍역이 돌면 온 동네 긴장한다
오랜 병환 나이 자신 어르신 모시는 집안은
주변을 예의 주시한다
초상 나면 큰일이다
땅을 파면 동티가 나
홍역 앓는 아기들이 죽는다며
초분을 써야 한다
홍역 앓다 죽은 애는
독에 넣고 뒤집어 돌을 쌓아
묻은 이만 아는 비밀 애장터가 늘어난다
남녘 3년 대가뭄에 홍역이 돌았다
동네 제일 나이 많고 노망으로 고생하던
종금이 할매가 돌아가시자
출상 전날 밤 빈 생애놀이
시집살이 고달퍼 한숨 짓던 큰며느리
종금이 어메 도산떡도
즐거운 눈물 콧물 주체할 수 없이
남평할매 지상의 마지막 별빛이 서럽지 않았다
속금산 가는골 선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을 앞 냇갈 건너 곰솔밭 한 가운데 초분이 생겼다
종금이 아부지 도산양반 시묘살이
등하굣길 애들의 이야기 넘쳐났다
홍역 앓던 애기들 모두들 무사했다
반 세기 전 남도 땅 함평천지 표주박 형국 표산
진주 정가 집성촌 전설로 아련하다
한여름밤 초분골 언제 그랬느냐
금계국이 노랗게 별을 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