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정종배
1984.1.3 혼배미사
35년 엊그제 같은데
올해엔 식구 중 어느 누구 입에서도
언급 없이 넘어갔다
그렇다고 한 번도 챙기지 않았던
결혼기념일 올해라고 특별하지 않지만
어젯밤 침대 위에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뒤척이다 아차 이미 지나갔네 후회했다
지금도 침대는 하나 쓴다
집사람 애기로는 주변에서 드물단다
결혼에 대해 애들이 꿈쩍 않아 별 수 없다
지아비는 왼쪽 귀 이석이 붙어 있어
되도록 오른쪽으로 누워 자고
지어미는 어깨 근육 뭉쳐
그전부터 왼쪽으로 누워 잔다
한몸으로 산다는게
점점 등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게 아닌지
저렇게 단단한 벼랑을 바라보는 눈빛이
안쓰러워 다가가려 애쓰지만
내 몸이 불편하니
마음만 앞서가
베개만 옆으로 당긴다
가정의 기도문이 큰 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