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감태

정종배 2019. 2. 10. 12:25

 

감태/정종배

 

 

고장마다 특산물이 있지요

호남가 첫 고을

함평천지 내 고향엔

홍어 민어 뻘낙지 석화 뱅치 어란 감태 칠게 달랑게 토하젓 간재미

봄에는 보리숭어 가을에는 참숭어 숭어새끼모찌

임금님 수랏상 진상품 엽삿젓 등이 있었지라우

간척사업과 영광원자력발전소 뜨뜻한 냉각수로

칠산바다는 말헐 작 것도 없고

갯뻘 고랑 메워지고 물고기와 해조류 씨가 말라

좆되야 부렸는디

그래도 이 중에 설 안팎으로

해제반도 함평만 뻘밭에서

손으로 긁어내 모타서

갯물에 몇 번이고 해감시켜

매코롬허게 쓰다듬어

참지름 장 깨 등을 넣어 되작여

젓가락으로 조심히 집어내

숟가락을 받쳐 먹는 맛과 재미는

솔찬허게 옹굴진 별미제

해남 강진 완도 등지서 나오는

메생이는 끓어야 맛이지만

신안 무안 함평 등지서

딱 요맘때 나오는 감태는

날 것 그대로 밥상에 오르지오

처음엔 쌉싸름허고 고소헌 향내가

기름에 전 세찬에 뱃속이 느끼허거나

밥맛이 떨어질 때 질로 먹고잡고

발효되어 익으면 입 안에

울어메 쪼그라든 젖가슴 온기가

스르르 녹아내려 퍼진당께

오매 어째 어째야 쓰을까

짜디짠 엽삿젓 달게 먹고

맨마지막 감태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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