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남다른 명퇴식

정종배 2019. 2. 12. 15:32

 

남다른 명퇴식/정종배

ㅡ2년 남은 교단을 떠나시는 임선생님

 

 

1959년생 78학번

가톨릭계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교사를 꿈꾸었고

제적당할 급우를 담임인 수녀님께

편지를 써 손을 잡고 진급했고

화학교육학과를 입학하여

70년대 격동기 운동권에 몸을 담아

대학 졸업 앞두고 여의도 국풍81

담을 치고 학내투쟁으로

제적과 실형을 복역하여

교단에 서지 못해

부모님 애간장을 녹였다

양김의 분열로 당선한

보통사람 물태우 사면으로

사범대에서 일반대로 변한 뒤 복학하여

임용고시 합격한 후

2년 반을 대기하여 발령받아

초임지 교무회의 벌떡교사 등극하여

사려깊은 교감선생님 지혜로 잘 넘겨

전교조에 가담했으나

어렵게 선 첫 교단이라 해직 못해

양심의 죄와 벌로 물먹은 솜을 지고

평교사로 본분을 다하다

스스로 정하여 다짐한

쉰 일곱 명태를 지키지 못하고

그 다음 해 쉰 여덟

지금 학교 착임계 쓰며

관리자의 막말에 상처를 입고서

모욕감으로 3학년 부장까지 맡았다

관리자의 출장으로 어색한 분위기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32년 교직을 마치는 축하의 장이지만

뜨겁고 씁쓸하고 탄식의

40여년 대한민국 교육계를 훑어내

칼날을 벼리는 풀무질과 담금질의

단단한 문학소녀 앞길에

자리를 지켜는 선생님은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선물로 놓고 가신

임선생님 닮아 앙증맞은 열쇠고리 지갑에

작은사랑 걸고 담아

선생님의 큰 뜻을 실천하겠습니다

똘똘뭉친 용기와 결단력

제2인생 활주로 멋지게 이착륙하시옵길 빕니다

 

전근 가시는 일곱 분 선생님

각자 이임인사 말씀 중에

눈물 젖고 목이 메여

울고 웃는 남다른 교무회의

새로 부임하신 행정실장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얼른 적응해

이임 인사 때 눈물 흘릴 수 있도록 일하겠으니

도와달라고 마무리 지었다

 

이런 좋은 학교에서

세 학기 보낸 뒤

정년을 맞아야 합니다

 

임선생님 애경사에 실기하여

몽골산 직수입 캐시미론 스카프를

행사전 과학정보부실 자리에서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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