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김수환 추기경

정종배 2019. 2. 17. 10:04

 

 

 

 

김수환 추기경/정종배

ㅡ선종 10주기 저녁미사 드린 뒤

 

 

바보 바보 추기경님 바보

바보가 바보를 알아보고

바보가 바보를 돌봐주며

바보가 바보를 끌어안아

바보회 조직 두목

시국사건 뒷배경 되신 뒤

30여년 불면증에

그 좋던 풍채가 말라가도

가난하고 낮은 곳의 햇살로

사랑과 평화의 화수분

남모르게 나누고 베풀수록

헤어나지 못하고 빠져드는

깊고 맑은 사랑의 늪

광복 후 국가를 상대로

농민이 최초로 이겨낸

자주적 농민운동 획을 그은

함평군고구마사건

그 해 남의 밭까지 빌려서

온 식구가 고구마 농사에 목을 맨

막내고모 눈물을 닦아주고

어머니 무병巫病을 벗어난

우리 집 신앙의 성지요

가톨릭농민회 못자리 함평성당

밑굵은 고구마같은 얼굴로

긴 인중에 녹이는 웃음이

최후의 황토빛 빽으로

든든하게 나타나신 추기경님

은사이신 시인 구상의 둘째 형님

분단 뒤 북한에 남아 포교하다

1949년 순교하신 구대준신부님

시인 부친이 교육사업을 담당하던

원산 덕원에서 한국전쟁 일어난 뒤

왜관으로 이전한 성베네딕도수도원

은사님 장례미사까지

각별한 서로의 멘티 멘토

매일기도서 기도문 구분하는 책갈피로

상본像本의 추기경님 환한 미소

눈 뜨면 제일 먼저

잠들기 전 맨 마지막

매일 두 번 뵙는 발바닥 신자이자

갈수록 바보와 멀어지는

얼치기 또랑시인

정 베드로

언제 어디든

바보회 조직원으로

누구든 사랑 할 수 있게 비옵니다

바보 두목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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