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정종배
ㅡ선종 10주기 저녁미사 드린 뒤
바보 바보 추기경님 바보
바보가 바보를 알아보고
바보가 바보를 돌봐주며
바보가 바보를 끌어안아
바보회 조직 두목
시국사건 뒷배경 되신 뒤
30여년 불면증에
그 좋던 풍채가 말라가도
가난하고 낮은 곳의 햇살로
사랑과 평화의 화수분
남모르게 나누고 베풀수록
헤어나지 못하고 빠져드는
깊고 맑은 사랑의 늪
광복 후 국가를 상대로
농민이 최초로 이겨낸
자주적 농민운동 획을 그은
함평군고구마사건
그 해 남의 밭까지 빌려서
온 식구가 고구마 농사에 목을 맨
막내고모 눈물을 닦아주고
어머니 무병巫病을 벗어난
우리 집 신앙의 성지요
가톨릭농민회 못자리 함평성당
밑굵은 고구마같은 얼굴로
긴 인중에 녹이는 웃음이
최후의 황토빛 빽으로
든든하게 나타나신 추기경님
은사이신 시인 구상의 둘째 형님
분단 뒤 북한에 남아 포교하다
1949년 순교하신 구대준신부님
시인 부친이 교육사업을 담당하던
원산 덕원에서 한국전쟁 일어난 뒤
왜관으로 이전한 성베네딕도수도원
은사님 장례미사까지
각별한 서로의 멘티 멘토
매일기도서 기도문 구분하는 책갈피로
상본像本의 추기경님 환한 미소
눈 뜨면 제일 먼저
잠들기 전 맨 마지막
매일 두 번 뵙는 발바닥 신자이자
갈수록 바보와 멀어지는
얼치기 또랑시인
정 베드로
언제 어디든
바보회 조직원으로
누구든 사랑 할 수 있게 비옵니다
바보 두목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