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노숙자

정종배 2019. 2. 22. 11:50

 

노숙자/정종배

 

 

1997년 가을까지

OECD가입

선진국이라

청와대 한 분은

경제는 니들이 알아서

머리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을 빌릴 수 없어

어디든 새벽이면 일어나 달린 후

차를 마시며 팔장끼고

감각적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IMF 노숙자 하루 아침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회사에서 부도로 짤리고

거리로 나 앉았다

새로운 주거지와 사람들이 나타났다

20년이 지난 후 한겨울 출근길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

맨 앞 칸 7인용 좌석을 다 차지한

때 빼고 광내면 애인으로 자랑할 사나이

몸에 밴 향기로운 냄새로

승객들이 조용히 알아서

다음 칸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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