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내주는 등

정종배 2019. 2. 22. 19:55

 

 

 

 

 

 

내주는 등/정종배

ㅡ사모곡

 

 

산자락 소나무 한 그루

진흙탕 목욕을 즐기는

눈 밝은 멧돼지네 가족들

등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눈에 들어 선택 받아 좋지 않을까

아빠 멧돼지가 맨 먼저 등을 맡기고

엄마 멧돼지 뒤를 이어 줄줄이

새끼 멧돼지까지 비벼대

맨살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뿌리까지 드러내

서 있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위태했지만

평생 어느 누구 등을 맛보겠는가

해맑은 웃음으로 버티시며

시린 발목 상처를

못 본 척 불효한 이쁜 셋째

또랑시인 바로 물봉

고로롱 팔십 셋까지

쇠약한 등 내주신 어머니 사랑합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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