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는 등/정종배
ㅡ사모곡
산자락 소나무 한 그루
진흙탕 목욕을 즐기는
눈 밝은 멧돼지네 가족들
등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눈에 들어 선택 받아 좋지 않을까
아빠 멧돼지가 맨 먼저 등을 맡기고
엄마 멧돼지 뒤를 이어 줄줄이
새끼 멧돼지까지 비벼대
맨살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뿌리까지 드러내
서 있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위태했지만
평생 어느 누구 등을 맛보겠는가
해맑은 웃음으로 버티시며
시린 발목 상처를
못 본 척 불효한 이쁜 셋째
또랑시인 바로 물봉
고로롱 팔십 셋까지
쇠약한 등 내주신 어머니 사랑합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