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정종배
1997년 가을까지
OECD가입
선진국이라
청와대 한 분은
경제는 니들이 알아서
머리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을 빌릴 수 없어
어디든 새벽이면 일어나 달린 후
차를 마시며 팔장끼고
감각적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IMF 노숙자 하루 아침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회사에서 부도로 짤리고
거리로 나 앉았다
새로운 주거지와 사람들이 나타났다
20년이 지난 후 한겨울 출근길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
맨 앞 칸 7인용 좌석을 다 차지한
때 빼고 광내면 애인으로 자랑할 사나이
몸에 밴 향기로운 냄새로
승객들이 조용히 알아서
다음 칸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