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정종배
ㅡ봄비
가을부터 겨울까지 큰 가뭄으로
온 산이 바짝 말라
목이 타고 독이 올랐다
예보도 없이 이른
봄비가 반갑게 쏟아졌다
천둥과 번개까지 함께 왔다
비설거지 처음 접한
고라니 새끼들이 날뛰다
소나무 숲으로 뛰어들었다
소나무에 기대 비를 피하던
나와 눈이 맞았다
저 어린 것 품에 안고
봄비 소리 자장가 삼아
낙엽들 빗방울 안으며
온몸을 켜 부르는
꽃샘추위 노래에
풀꽃들 눈 뜨는 소리와
오늘밤 깊은 숲이 되고 싶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