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놈근성/정종배
제기동역에서 사단이 났다
여자 남자 따로 출입문을 들어서
두 자리 잡은 남자가 여자를 부르자
자리에 앉으려던 여자가 성큼 간다
욕설이 튀었다
앉으려던 또 다른 남자가 버티다
잡아끌려 내리고 여자가 앉았다
한 쪽은 목소리가 잦아들고
여자와 함께 앉은 남자는
거친 욕설을 분사한다
내가 해병대 출신이야
여자가 선글라스 꺼내 쓴다
서 있던 남자가
내가 45년생이다
젊었을 때 같으면 한주먹감도 안돼는디
오늘 허리 MRI 찍은 결과 보고
어디든 앉아야 된다며
욕설을 한 점에 있어 사과를 받겠다 버티어도
한 쌍의 남녀는 수작을 부리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태극기부대 깃발 꽂고
검은 썬그라스 얼룩무늬 군복 입은 한 분이
앉아 있는 남자를 일으켜 세워
차렷 열중쉬어 차렷 열중쉬어
대여섯번 시범을 보이며 반복하니 따라 한다
해병 몇 기야
한참 밑이군
미안하다 사과 해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도우며 살아야제
태극기부대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는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