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숫놈근성

정종배 2019. 6. 19. 16:18

숫놈근성/정종배

 

 

제기동역에서 사단이 났다

여자 남자 따로 출입문을 들어서

두 자리 잡은 남자가 여자를 부르자

자리에 앉으려던 여자가 성큼 간다

욕설이 튀었다

앉으려던 또 다른 남자가 버티다

잡아끌려 내리고 여자가 앉았다

한 쪽은 목소리가 잦아들고

여자와 함께 앉은 남자는

거친 욕설을 분사한다

내가 해병대 출신이야

여자가 선글라스 꺼내 쓴다

서 있던 남자가

내가 45년생이다

젊었을 때 같으면 한주먹감도 안돼는디

오늘 허리 MRI 찍은 결과 보고

어디든 앉아야 된다며

욕설을 한 점에 있어 사과를 받겠다 버티어도

한 쌍의 남녀는 수작을 부리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태극기부대 깃발 꽂고

검은 썬그라스 얼룩무늬 군복 입은 한 분이

앉아 있는 남자를 일으켜 세워

차렷 열중쉬어 차렷 열중쉬어

대여섯번 시범을 보이며 반복하니 따라 한다

해병 몇 기야

한참 밑이군

미안하다 사과 해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도우며 살아야제

태극기부대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는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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