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길상사 진관사

정종배 2017. 8. 31. 23:14

 

 

 

 

 

길상사 진관사

 

두 산문 안에

백중 절기가 무르익어

연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길상사 관세음보살상은

법정스님께서

김수환 추기경께 의뢰하여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교수

손끝에서

마리아상 닮아 처음에는 뜨아했으나

시절인연으로 받아들여

지금은

시인 백석과 길상화 김영한 보살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 사랑으로

한여름 매미 소리가 허리를

시원스레 휘감아

두터운 녹음아래 연인들이 사슴처럼 걷고 있다

 

삼각산 선비바위 능선 너머 응봉 자락

진관사 약사여래상은

석공의 정으로 다듬어

점심 공양 국수를 빚어 내온

능현스님 도타운 볼 닮아

해질녁 저녁 노을이

이리저리 검붉게 돌려 보며

한참을 머물다 간다

 

저렇듯 마음가는대로

손길 닿는대로

망치 힘이

정 대가리를 치고 빠지는 시간이

곧 장인의 솜씨 아닌가

 

칠석인 오늘

난 누구의 대가리를 치고 빠지는가

깊고 깊게 내리는 밤비 소리에

내 돌대가리는

어느 고승의 죽비가 내리쳐 깨지지 않은지

지금까지 탈 없이 지내온 길이 용타면 용하다

그게 다 업장으로 내리 쌓여 똥덩이로

너머 너머 산 너머 둥둥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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