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구준회/정종배
대학 과 동기인
구준회(1955~2020) 시인이
해무리 진 어제 먼 길을 떠났습니다
지난 3월호에 발표한 생애 마지막 시입니다.
빗소리의 함성을 듣는 것도
이제는 마지막이라 아는듯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빗소리/구준회
빗소리 사는 곳에
살고 싶다.
목숨 애써 구걸치 않고
흐름 하나로
방울 하나로
순간 매듭 짓는 삶
빗소리이고 싶다.
겨울비면 어떠냐
마지막 비면 어떠냐.
소리 하나로 밤을 지키는
내 지하방 시절
희망의 소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 눈동자면 되지 않겠는가
올 만큼 온 비의 길이
이제 문 닫는 소리를
만들려하는구나
묵음 하나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