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유리 거울

정종배 2020. 3. 15. 14:55

 

 

 

 

유리 거울/정종배

 

진관사 산문 입구

백초월 스님 태극기 안내판을 읽고 난 뒤

공중화장실 지나면 오른쪽에

유리를 거울처럼 세워 놓은 구조물 나온다

하와이동물원 맨마지막 순서에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 써놓아

나를 비춰 성찰하는 거울이나

절기를 사각 유리 통해 읽는 것도 아니어

몇 년을 그 앞을 지나가도 대수롭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그 구호에 발 맞춰 왔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역병으로 방학 아닌 방학을 보내며

자발적 자가격리 위로차 늦은 오후

마실길 산책을 마스크 쓰고 나간다

죄 마스크 쓰고 다니니

마주친 사람들의 눈빛이 선하게만 보인다

아차 그 유리는 마스크를 하지 않고

원형이정 사계절 변화를 숨김없이 드러내

세상살이 녹녹치 않다고 민낯을 보여주어

봄은 왔지만 봄같이 않다는 꽃샘 추위

무시하고 피는 작은 꽃들이 예쁘다

1968.1.21 북한무장간첩침투로 안내판도

이제는 까마득한 전설로

그 사건보다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남북관계가 투명하게 터지길 바랄뿐이다

코로나19 역병도 환히 드러나야 얼른 잡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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