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112신고 수류탄

정종배 2020. 3. 15. 20:05

 

 

 

 

112신고 수류탄/정종배

 

오늘 오후 살면서

처음으로 112신고를 하였다

 

어제 오후 오래된 수류탄이

눈 앞에 불쑥 나타나 겁이 났다

 

삼천사 입구 미타교 가기 전

청솔산장 음식점 내려가는

길섶을 며칠 전 멧돼지가

도토리를 찾아 먹으며

철망 밑을 파 뒤집어 놓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몸을 낮춰

낙엽 가까이 내려다 보는데

수류탄 몸통이 둥그렇게 보였다

녹이 슬었으나 분명했다

공이 쪽은 낙엽에 덮여 있어

궁금했으나 그냥 물러났다

 

진관파출소 은평경찰서 56사단 보안대

공군폭발물처리반

전화가 빗발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동했다

 

경찰 군인 차량 다섯대가 들이닥쳐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무슨 일이냐 물었다

멧돼지 출현해서 출동했다 둘러됐다

 

조심스레 처리반이 수류탄을 드러냈다

이미 공이가 빠지고 몸통에 구멍이 난

수류탄으로

50여년 넘은 것으로 결론 났다

미루어 1968.1.21 124군부대

김신조 일당 무장간첩 침투 작전 때

사용하지 않았는지 생각된다는 것이다

 

일요일 늦은 오후 식사 시간대에 출동하여

미안하다 말하니

어떻게 그곳까지 보고 다니시나며

발견한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멧돼지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을에 도토리 상수리 등

다 주어가는 가운데

그나마 용케 남은

산에 열매 다 먹어 치워 궁하니

봄철이면 물가 새싹을 쓸어 먹고

길섶의 낙수를 먹기 위해 뒤집어 놓고

산돼지 다니는 길이 확실하게 정해져

전용도로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토는 어디든 접경지대

한시도 마음놓고 다니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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