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더러워서/정종배
ㅡ 사색의 길
청량산 예던길
청량산 명호강 예던길에
은어가 떼를 지어
물살을 차오르며 반짝인다
레프팅 즐기는 이들도
은어에 지지 않겠다
힘찬 노를 젖는다
바위가 물살을 받아낸다
까치옷 애일당 이현보 어부가 노랫소리
마른 장마 길어져 잦아든다
노무현 대통령 세상이 더러워서
한 몸을 던져버린 그 시각
또랑시인
청량사 부도탑 한 바퀴 돌고 난 뒤
김생 굴을 지나며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슬픈 전설을 새겼다
청량산 에돌아 나가는 명호강 예던길에
퇴계와 육사와 무현의
수박내 나는 은어가 살아간다
ㅡ2009. 5. 23 청량산 명호강 예던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부음을
경북 안동 하회 내앞 원촌 군자정
영양 주실 석보 오일도 생가
봉화 등을
집사람과 함께하면서
청량산 청량사 돌고 나오는데 비보를 접했다.
그 날 이후 기도 속에 자리잡아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을 걸으며
샛길로 나아가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세상한테 져서 삶을 버린 것이 아니고
더러워서 산골로 가는
백석 시인과
길상화 김영한 여사의 사랑은
서울의 3대 요정 중의 하나인 대원각을
무소유를 읽고 법정 스님한테 끝까지 기다려 시주하여 성북동 길상사로 거듭났다
기자들의 수천억대 재산에 대한 질문에
함흥 술집에서 만나 오늘부터 내 사랑이라며
간도로 떠나자는 백석의 장래를 생각해
머뭇린 기생 진향
백석의 시 한 구절보다 못하다고 한
길상화 김영한 여사 자야 나타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60년대 영화음악 1인자 노필(盧泌, 1927~1966)
60년대 대표적 음악영화(1966)로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영화제작자와의 불화로
집 한 칸이라도 남겨 아내와 자식들이 살아가길 바라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1966년 7월 29일 자신이 다녔던 경기고등학교 뒤 꿈을 키운 삼청공원 숲에서
영화 배우처럼 목을 맨 주검이 보기에 흉하지 않게 세상을 버렸다
근대 사실주의 조각가로 한국의 부르델이라 부르는 권진규(權鎭圭, 1922~1973)
함경남도 함흥 출신 춘천에 자랐다. 보통학교 시절이던 1932년에 미술대회에서 조각 작품으로써 입선하였으며 20세 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해방 후 가족과 함께 월남하였다. 26세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앙투안 부르델의 제자인 시미즈 다카시 문하에서 조소를 공부한 뒤 1959년에 귀국하였다.
1973년 5월 4일 오후5시 동선동 자신의 아뜰리에 안에서 자살로 51세 생을 마감했다.
‘인생은 공(空), 파멸’이라고 쓰인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각상(自刻像), 소녀의 얼굴, 여인상 등을 들 수 있다.
화단의 텃세와 일본인 아내의 재혼으로
자신의 작업실 쇠사슬로 목을 매 예술혼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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