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저녁밥 한 술 뜨고
시를 쓴다
가을 저녁 숲길을 걸었다
곰곰이 손구구하다
시는 나무
시인은 나뭇잎
가슴을 울렸다
눈 앞에 저 나무들 셀 수 있는가
나뭇가지 나뭇잎을 헤아리려다
아무리 꿈꾸는 게 시인의 특권이라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그래도 이파리 한 잎 한 잎 과거를 뒤졌다
움에서 신록으로 이파리가 단풍잎이었다 낙엽으로
한생을
햇볕 비바람 눈보라 철따라 받아적어
즐기다
내년 봄 또 한생의 그림자를 펼치지 않는가
시인아 너는 이미
이파리다
우주다
별똥별 하나 뜨고지는
저 하늘 소식에
더불어 함께 하고파
이 땅 위에 한 이파리 피고진다
진관사 비구니 도량석에
절 마당을 빗자루로 휘휘 쓴다
시인
또랑시인아
별 하나가
이파리 하나가
한 우주다
네 맘대로
꼴리는대로 짖어대라
죄가 될 수 없다
누가 벌을 주겠느냐
네가 이 우주의 불멸의 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