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오늘 하루

정종배 2017. 12. 5. 09:26

 

오늘 하루

 

구파발역 종점 삼아 출발하는 전동차

가까스로

한 자리 비집고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목도리와

검은 외투 단추를 풀다

 

집에서 밥 한 술 뜨고

걷다 뛰다

가슴 조이며

변함없는 거리를 좁힌다

슈퍼 문

달항아리와

이말산 나목과 나목

은평뉴타운 우물골 아파트

숲과 숲 사이 사이

숨바꼭질 놀이하며

찬바람에 해진 몸 온도를 높이는

시간을 점점 줄이는

내 모습 대견하다

다독이다

아아

이 세상 끝나는

그 날을

그려본다

 

봉숭아 씨앗 봉숭아 깍지를 튀어 나가는 날일까

 

애기단풍잎 가지를 놓아 버리는 날일까

 

그 날을 아는 날보다

 

그 날을

깨어 준비하는

그 기간이 중요하다

 

덫처럼

도둑처럼

닥칠 것이다

준비하라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뒤돌아 보지 말고

사랑

사랑하라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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