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구파발역 종점 삼아 출발하는 전동차
가까스로
한 자리 비집고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목도리와
검은 외투 단추를 풀다
집에서 밥 한 술 뜨고
걷다 뛰다
가슴 조이며
변함없는 거리를 좁힌다
슈퍼 문
달항아리와
이말산 나목과 나목
은평뉴타운 우물골 아파트
숲과 숲 사이 사이
숨바꼭질 놀이하며
찬바람에 해진 몸 온도를 높이는
시간을 점점 줄이는
내 모습 대견하다
다독이다
아아
이 세상 끝나는
그 날을
그려본다
봉숭아 씨앗 봉숭아 깍지를 튀어 나가는 날일까
애기단풍잎 가지를 놓아 버리는 날일까
그 날을 아는 날보다
그 날을
깨어 준비하는
그 기간이 중요하다
덫처럼
도둑처럼
닥칠 것이다
준비하라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뒤돌아 보지 말고
사랑
사랑하라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