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어젯밤 도둑눈이 오셨다
이른아침 출근길
영상이라 빙판길
은평뉴타운 제각말에서
구파발역까지
도로와 인도는
곳곳이 경사져
발밑을 샅샅이 살폈다
오수 뚜껑 위 눈들이
먼저 녹고
도시가스 상수도 우수 맨홀 뚜껑이 뒤를 이어
안개 속에 소리가 자라고
밤새워 뜨거운 말들이
쉼없이 치대어
KT LG SK 랜선 맨홀 뚜껑 위 눈들을
슈퍼문 달항아리
일그러지듯
아귀아귀
둥글게 먹어치웠다
점점이 징검다리 내놓은 맨홀 뚜껑 위에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
우리는
징검다리 건너 건너 한생을 이루지 않는가
오늘 하루
오수 뚜껑이라도 바로 놓는
도둑놈으로
징검징검
징검다리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