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석화

정종배 2017. 12. 10. 09:26

 

석화

 

내 고향

함평만 술안개 주포항

석성리

우리 말로

돌머리는

마누라 원적지

 

돌머리 독에 붙은

석화 따고

뻘밭에

게 줍고

물골 따라

세발낙지 잡으러

어머니 치맛자락 졸졸 좇아

어릴적

몇 번 다녀왔제

 

집안 식구들 먹기 전에

일년 농사 힘을 다 써

누워 있는 어미소

대가리 제일 큰 낙지 대여섯마리 생으로 먹고서

불끈 무릎 세워 일어나

허연 이를 드러내 웃으며

재 너머 사랑 찾아

혓바닥 핧으며 되새김질 해싸며

해마다 길을 나서

살림 믿천 톡톡히 했제

함평장 우시장 팔러 가기 전

한상 차려 놓으니

저도 눈치를 챙는지

머뭇거리며 천천히 다 먹긴 먹고선

순하디 순한 눈망울로

뒤돌아 뒤돌아 보아서

식구들 모두 눈물바람으로 배웅했네

멋있게 앞으로 솟아뻗은

쇠뿔은 지금도 두 눈에 선하제

 

독에 붙어 있는 자연산이나

투석식

지주식

가두리

양식장 굴이나

지지고

볶고

생으로

어떻게 먹든

다 같은

굴맛은

꿀맛이라네

 

가을부터 봄까지

칠게 숭어 짱뚱이 지나간 뻘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면

오메 이것이 뭣이랑가

 

울 마눌님

갯뻘이랑께

낙지구덕에 빠지면 죽기까지 허는디

용케 지금까지

젓가락질 허고 사는 것 보면

나도 보통이 아니제

 

근디 뻘로 보면

큰 코 다쳐부러

내 말 않해서

그러제

몇 놈들

깔작거리다

코로 간 줄

진작에 알고 있제

 

술 좋아헝께

언제든지

집에 와

술이나 몇 잔 허고 가소

낮술도 가리진 않네만

올 때는 빈 손으로

오진 않것제

빈말이네

 

난 술 못 헝께

젓가락만 들고 있을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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