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화분 하나

정종배 2017. 12. 12. 07:11

 

화분 하나

 

오가며 서로서로

눈 맞춰

철 따라 응원하던 화분 하나

바람받이 한데에 나앉았다

 

최강 한파 영하 12도

겨울옷 몇 겹으로 두루고

소똥구리 쇠똥을 굴리듯

추위를 식히며 굴러서

전동차에 올라 앉아

가뿐 숨 고르며

구른 길 되새겼다

 

사람은 풀이고

사람이 누리는 부귀는 꽃일까

풀은 마르고

꽃 또한 시들기 마련이다

그래 삶은 허무다

 

정성을 다한 한생이

오늘도 겨울 속으로 사라져 가는

향기를

그저 바라만봐야 하는가

 

영원 속에 머물며

저 작고 보잘것없는

메마른 꽃이라도

한 번 더 보려면

가던 길 멈춰 서

허리 숙여

오메 귀한 것

쓰다듬어 줘야 한다

 

하찮고 허무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랑은

번개와 우레소리로

오늘 하루

은은하게 비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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