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낙타가 되어

정종배 2017. 12. 11. 09:00

 

때이른 한파로 낮에도 체감온도

영하 10도에 머뭇거린다는

월요일 출근길

 

나목의

가로수가

한 마리 낙타로

날 반기고 응원하여

제각말에서 구파발역까지

단숨에 뛰고 뛰어

6시 45분 발차 오금행 전동차를

계단 하나 차이로 기어이 올라타

목이 타고

온몸이 뜨거워

바람에 나뭇잎 지우듯

겉옷을 벗어버렸다

 

가로수는 가을이면

물관을 닫아걸고

단풍잎 다 털어내

한 마리 낙타로

눈 내려 쌓인 겨울 한철을 걷는다

 

오늘 하루

한 마리 낙타로

환승하여

꽁꽁 언 시간에 쫓기는

차가운 삶 속의 사막을

단비의

방울방울

끝없는 빗방울로

뜨겁게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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