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잔설 사랑

정종배 2017. 12. 14. 07:25

 

잔설 사랑

                                     정종배



한겨울 추위를 휘날리며

온누리 평화를 위하여

차갑게 아름다운 완덕의 발길로

겨울밤 새하얗게 지새우며

소복소복 누비는

함박눈이

포근하게 닦아놓은

숫눈길의 풍요로운 구속도

시간이 다하면

햇볕이

제일 먼저

손내밀어 주어야 하는

잔설로

외롭고 씁쓸하게

군데군데 먼지가 나앉아

지저분하다

시커멓게 외면받아

원성이 자자해도

녹을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꽃눈에게 한 발 더 다가 서는 사랑은

대단한 꽃을 피우는 데 있지 않다

사랑 받아야 하는

마음의 헐벗음과 추위를

함께 하며

봄을 향해

칭얼대는 아지랑이

준비하며

스르르 잦아들어

복수초 꽃눈을

감싸안은

잔설의 사랑에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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