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하나
오가며 서로서로
눈 맞춰
철 따라 응원하던 화분 하나
바람받이 한데에 나앉았다
최강 한파 영하 12도
겨울옷 몇 겹으로 두루고
소똥구리 쇠똥을 굴리듯
추위를 식히며 굴러서
전동차에 올라 앉아
가뿐 숨 고르며
구른 길 되새겼다
사람은 풀이고
사람이 누리는 부귀는 꽃일까
풀은 마르고
꽃 또한 시들기 마련이다
그래 삶은 허무다
정성을 다한 한생이
오늘도 겨울 속으로 사라져 가는
향기를
그저 바라만봐야 하는가
영원 속에 머물며
저 작고 보잘것없는
메마른 꽃이라도
한 번 더 보려면
가던 길 멈춰 서
허리 숙여
오메 귀한 것
쓰다듬어 줘야 한다
하찮고 허무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랑은
번개와 우레소리로
오늘 하루
은은하게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