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판공성사

정종배 2017. 12. 17. 21:50

 

 

 

 

 

 

 

대림절 판공성사

 

71년만에 한강물을 여느해보다 재빨리

얼음 꽁꽁

얼려버린 최강 한파

성탄절 열흘 앞둔

토요일 이른저녁

이하송 감독 웅이 이야기

신철규 시인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다시 세운

독립영화나이트

제4회 독립영화,시봤다

한파를 녹이는 뜨거운

영화와 시를 융합한

세운상가 지하1층

지금은 멈추고

예술인 작업실인

보일러실을

예술의 집 용광로로 슬픔을 흥겹게 재생한 후

매운 갈비찜뒷풀이 모꼬지 중간 빠져 나와

절대 순종

일년 두 번 의무축일

고백성사 보았다

발바닥신자지만

지킬 건 지켜야

큰일 보고 닦지 않으면

찜찜하듯

본당신부님만 걸리지 않으면 되는데

구역장이

나눠준 번호 40번을 받아쥐고

순서대로 고백소 앞으로 앞으로 다가서며

어릴적 읍내성당 추억에 젖었다

 

교중미사 성체를 모시려면

미사 전 꼬박꼬박 고백성사 보아야 한다는

첫영성체 교육 받아

영성이 바짝 든지라

오리를 걸어서

매주마다 빠트리지 않았다

가끔씩 끕끕증으로 애달았을 때는

죄 지은 게 없는데

어쩌지

고심고심

어린 소견으로

외가에서 병구완하고 계시는

엄마말 듣지 않았다고

되지도 않는 말로 고백하고

보속으로 성모송 열 번 외고

성체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쩔쩔맸다

 

웬수는 무슨다리에서

만나듯

본당신부님

앞에서 무릎 꿇고 횡설수설 땀을 빼니

안쓰러웠는지

형제님

있는 그대로만

말씀하세요

변비똥 내밀듯 헤매다

30년 전

아들 낳은 가을날

예비군 동원훈련

사흘 먼저 집에 오려

묶어버린 정관수술

대죄를 고백했다

형제님

그럼 저는 어떻하죠

 

공동보속 적힌 유인물 받아 넣고

목도리로 두 귀를 가리고

찬바람 가르며

걸었다

10리 외가에서 해넘이와

경주하며 대림시기 판공성사 보려고

프랑스 외방선교회 신부님 앞에서

엄마 병 낫게 해달라

헐떡이던

옛생각 꺼내어

된바람 손잡고

집으로 향했다

하늘의 별이 된

엄마 생각에 흘러내린

뜨거운 눈물을

찬바람이 그렁그렁 닦아주었다

눈물과 별빛이

누가 더 반짝인가

견주듯

한겨울 별빛이

한 발 앞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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