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성북천을 걸으며

정종배 2017. 12. 22. 10:02

 

 

 

 

 

성북천을 걸으며


                    정종배

콘트리트 복개를 걷어낸

성북천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늦은오후

노을과 거슬러 올랐다

 

복개상가 몇 개가 튀어나와 꼭꼭 씹어 되새겼다

이쯤이 헌책방

이쯤이 황태국집

이쯤이 이모네밥집

이쯤이 저 도로 위로 옮겨간 그 유명한 빵집

 

몇 개의 다리가 새로 생겨

성북천을 가로지르며

그 밑에 물 웅덩이를 모셔와

오리 가족이 추위를 즐기는 듯

유유히 오가며

서쪽하늘 노을빛을 주둥이로

쉼없이 더듬고 있었다

 

중랑소방서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연수를 마치고

퇴근길 시간이

한참 남아

작은 책 우리 고장 이야기

다음 달 연재 인물인

만해 한용운 말년을 맡기신 심우장

만해 선생 초상화와 소나무를 뵙고자

6호선 보문역에

환승하여

복개상가를 철거하고 정리한 성북천 산책로를

조금 부지런 떨며

고개들고 언몸을 움추려 걸었다

 

한용운 오세창 전형필 이태준 김용준 김환기 최순우 조지훈 윤이상 김기창 박래현

임종국 김원봉 채동선 김광섭 일엽 진향 법정

 

심우장 길상사 꿩의 바다 성락원 복정마을 수연산방 노시산방 수향산방 간송미술관 최순우옛집 운우미술관 쌍다리

 

그 깊고 높고 맑은 향기를

가로수 나목타고 내리는 해넘이가

줄기에 쌓인 눈을 녹여

꽃눈과 잎눈에게 심폐소생술을 뜨겁게 하고 있다

 

내 더딘 글 걸음 걸음마다

심장충격기 충격 받기를 바라며

콧물을 훔치며

오늘 하루 징검다리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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