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정입비 프란체스카 여사 장례를 치르고

정종배 2021. 12. 31. 09:44

정입비 프란체스카 여사 장례를 치르고

삼가 인사 말씀 드립니다
코로나19 역병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도
저희 가족 슬픔에
따뜻한 위로의 말씀과 후의를 베풀어 주시어
큰 힘이 되어서
무사히 장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찾아 뵙지 못하고 문자를 통해서
먼저 감사 인사 드립니다
너그럽게 혜량하여 주시기 바라며
마음 깊이 감사드리고
이 은혜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귀댁에 애경사에 함께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가정의 평안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김희옥 정종배 올림

정입비 여사 삶을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1924.11.27 ~2021.12.29

호남가 54 고을 중에서
태평(昌平)한 세상에 편안하게 살아가기 좋은 고을 무안(務安) 읍내
방죽 너머 당산나무 그늘 아래
4형제 결혼하면
위에서 아래로
집을 지어 저금낸
압해 정씨 4남 1녀 막둥이 고명딸로
음 1924.11.27. 태어나
얼마나 이뻤으면 이름이 이삐(立飛)인 참한 색시

모두 다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골고루 살기 좋은 세상을 펼치는 고을 함평천지(咸平天地)
짝국재(鵲鵠嶺) 너머 논밭은 물론이고 함평만 간척사업 독살쌓기 아 그 양반 범치 하내 둘째 아들 김해 김씨 동영
영광 예인 공옥진 영광 함평 무안 3군에서 얼굴로는 함평읍내 김동영이 질로라고 노래한
일본에서 양복재단 일을 하며
야간고등학교 졸업한 미남 신랑

일제말 위안부 피하려
올케 언니 중매로 결혼하여
신혼 단꿈 앗아가는
징병에 끌려나간 새신랑
만주 장춘 군부대 호기롭게 탈출 감행
보름만에 목포 신혼 집에 숨어들어 해방을 맞이했다

함평양민학살사건 6.25사변
많은 이들 목숨을 건져주고
민주당 평생 밀고 찍으며
할리데이비슨 몰고나녀 광목간
1번 국도 먼지께나 일으키고
함평읍과 학다리역 연결하는
궤도열차 몇 배 속도 내달리며
함평 읍내 맨처음 2층 집을 짓고서
함평천지 기산영수 관덕정 국궁대회 명사수로
이름을 날리고 다니는 지아비 대신하여

많을 때는 30여명 재봉과 금은방
일꾼 뒤를 탈없이 건사하고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서
'성님'하고 문을 열고 찾아드는
사내들은 술상을 아낙네들 밥을 내줘
두루두루 인심을 얻었다
3남 3녀 낳고 길러
15명 손주 외손주 5명 증손주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어찌 눈물 흘리지 않았겠는가

함평만 철따라 돌머리(石城里) 갯뻘의 갯고기
아침 첫 마수 파장 떨이
읍내성님 집에 놓고 가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민물고기 간디스토마 덜컥 걸린 지아비
거의 소생 못하는 그 당시 유일하게 목숨건진
말없이 야무진 정성과 사랑을 펼쳤다

9살 살 때 얼음에 미끄러져 등은 다친 큰 딸
일생에 가장 큰 후회는 결혼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20여년 전 먼저 보낸 살림 밑천
천주교 광주교구 알아주는 함평읍 김데레사
성당 장례식장에서 눈물 훔쳤다

그 멋진 지아비도 회혼례 지나 70년 넘자
나를 찾자 목청 큰 영감님께 기를 폈다
요양원 두 부부 늙으막엔
저렇게 살 수밖에 없지 싶게
마지막 가는 영감 영정을 바라본 뒤
딱 영감님 사신 세월과 거의 같게 딱 맞춰
음력 생신 날 흙으로 되돌아가신 그 슬기

하느님 한 평생 잘 지켜낸
정입비 프란체스카 영혼을 돌봐주십시오
아멘

코로나 19 역병으로 상례를 벗어난 불효자들
늘 잃지 않으신 넉넉한 마음으로
용서하어 주시옵길 빕니다

하느님 한 세상 조용하기 잔잔한 물결이나
뒷끝이 깔끔하고 향토방 온돌인
정입비 프란체스카 영혼을 돌보소서
아멘

막내 사우 정종배 올림

'정종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사람 초대전과 두 친구 그리고 회암사지  (0) 2022.01.23
전상국 문학의 뜨락  (0) 2022.01.18
멋돼지와 아침 산보  (0) 2021.07.13
용인행  (0) 2021.06.02
함평출신 현역 문인 조사 1차 초록  (0)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