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집사람 초대전과 두 친구 그리고 회암사지

정종배 2022. 1. 23. 06:30













집사람 초대전과 두 친구 그리고 회암사지

아케이드 커피 양주 옆지기 김희옥 초대전 두 달 동안 전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이 악화됐다.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올해 들어 누구와 전시장인 카페에서 차 한 잔 나누는 기회가 없었다.

어제는 집사람 함평성당 성심유치원과 기산국민학교 동기이자 내 학다리중학교 동기인 김덕수 친구가 동부인하여 한 달 전 약속한 전시장을 방문했다. 친구의 집은 광주광역시 일하는 곳은 세종특별시 그런데 경기도 양주까지 먼 거리를 달려왔다. 친구는 학다리중학교 미술부 집사람은 학다리고등학교 미술부 활동을 하였다. 서로 같은 공간인 미술실에서 함께 활동 하지는 못했지만 미술부 선후배들과의 소통과 만남을 통해 소식은 알고 있다.

나와 실제 친구와 개인적인 만남은 처음이다. 친구가 우리 부부 결혼식 장소인 광주 호남동 성당 혼배미사 참석은 분명하다. 동창회나 결혼식 및 장례식장 등에서 얼굴을 마주하긴 하였다. 이후 전화와 문자 및 페이스북 글에 대한 좋아요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근황을 주고받고 지냈다.

어제 집사람은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 주 목요일 점심 식사 함께한 선배가 코로나 양성환자 통보를 받았다. 집사람은 수동감시자로 지난 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외부 사람과의 만남을 자발적 자제하길 권고하는 메시지를 받고서 모든 약속을 취소하였다.

김덕수 친구 부부와 셋이서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점심은 집사람이 손님과 함께 했던 간장게장정식을 먹었다. 그리고 친구 부부가 <함박꽃나무 꽃>과 <우도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그림 두 점을 품 안에 안고 갔다. 고맙고 미안하고 즐거운 일이라 이렇게 잠을 자다 일어나 우정을 자랑할 수밖에 없다.

조국 가족 아픔을 누구보다 아파하고 분노하고 옹호하는 글을 통해 페이스북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대학 과 동기가 한 달 전부터 페이스북에 나타나지 않았다.

메신저로 정지 먹지 않았는지 물었다. 아니었다. 세상 돌아가는 게 싫고 의욕 상실로 손을 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 가정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대권 후보로 나선 상황에 대해 그리고 그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지형에 대해 분노를 넘어 이해불가 몸과 마음을 심하게 상하여 우선 자신을 다스리고 뭔가를 하여야겠다고 겨울잠 아닌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집사람 전시를 봐야겠다는 메시지는 작년 12월 초에 받았다. 어제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시간 나면 얼굴보고 차 한 잔 나누자. 오후 3시 9분 양주역에 도착했다. 내 자동차로 카페에 왔다. 손님이 많았다.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그림을 감상하기보다는 1층에 둘이 앉아 근황부터 묻고 대답하고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2층에 올라가 그림을 감상하고 회암사로 달려갔다. 저녁노을 배어드는 하늘은 구름으로 아쉽게 맞이 하지 못했다.

회암사지 발굴을 마친 뒤로 방문은 처음이다. 천보산 단독 산행은 세 번하였다. 조선 왕조 태조인 이성계 그리고 무학 자초 그 스승 나옹화상 그 스승 인도출신 지공스님 관련 조선왕조 왕사인지라 바둑판처럼 주춧돌이 드러나 있었다.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부도탑 탑돌이도 처음으로 하였다.

회암사 일주문 앞에 주차했던 자동차로 회암사 안쪽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땅거미가 줄어드는 산자락을 올랐다. 사진부터 찍었다. 안내문은 읽을 새가 없었다. 회암사지에 전등을 환히 밝혀 자동차를 되돌려 사진을 찍었다.

양주에서 저녁밥을 먹기로 하였는데 결론은 퇴근시간 도로를 내달려 친구의 집에서 2분거리 창동에서 영업시간 9시까지 주린 배를 채웠다.

오늘도 내 방식대로 '모진 놈 만나 밥도 제때 먹지 못한'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였다. 친구와 함께 한 6시간 동안 46년 과거가 쏜살같이 흘렀다.
처음 잡아본 부산내기 친구의 솜씨 좋은 손으로 쓴 친구의 글을 책으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친구가 손수 접은 화려한 엽서만 받았다. 집사람이 선물한 참기름도 자동차 좌석 앞에 그냥 두고 헤어졌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새벽에 일어나 어제 일을 정리한다.

고려시대에 세운 나옹의 행적을 새긴 회암사지선각왕사비(보물 제387호), 지공의 부도 및 석등(경기도유형문화재 제49호)·회암사지부도(보물 제388호)·나옹의 부도 및 석등(경기도유형문화재 제50호)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쌍사자석등(보물 제389호)·무학대사비(경기도유형문화재 제51호)·회암사지부도탑(경기도유형문화재 제52호)· 당간지주, 건물의 초석들을 사진에 담았다.


나옹화상 선시를 읊조린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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