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

시인 구상과 망우역사문화공원

정종배 2022. 10. 19. 15:57



시인 구상과 망우역사문화공원 / 정종배

내 삶의 선생은 살아온 길 위에서 만나는 분들이다. 어려울 때 힘이 된 스승은 많지 않다.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은사님은 세 분이다. 학다리중앙국민학교 5·6학년 담임 류방현 선생님, 1976년도 중앙대학 문예창작학과 입학 동기?인 시인 구상 선생님, 2000년 이후 내 삶의 방향을 바꾼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유택이 자리 잡은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 등이다. 이 세 분을 비롯하여 만나고 읽고 쓰고 기도하며 응원하여 준 분으로부터 입은 사랑, 그 헬 수 없는 사랑으로 매일 걷는 길마다 새길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렀다.

시인 구상은 내 삶에 큰 스승이다. 대학 1학년 첫 강의 때 하신 “나는 장인이 아니고 사제(창조자로서의 핍진逼眞하는 추구력과 거기서 얻는 고양된 심혼의 개안을 뜻함)이다. 글쓴이의 자세를 지켜라. 말과 글에는 언령言靈이 있다. 기어綺語의 죄를 범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진다. 문단에 기웃대지 말고 데뷔하지 않아도 좋다. 죽고 난 뒤에 어느 누가 한 구절이라도 기억하여 준다면 그것이 글쟁이의 행복이다.”는 말씀에 벗어나지 못하고 또랑시인으로 오늘도 은사님 그늘을 돌고 있다. 지금도 시 창작 첫 시간 오정국 군과 정종배 양의 시를 살펴보겠다는 말씀에 붙들려 있지 않나 싶다. 여의도 ‘관수재’에서 다양한 분들과 교류하시는 은사님 말년에 찾아뵐 때, 망우리의 김이석·이중섭·박인환 등의 묘역에 대해 말씀드리면 “고마운 일이지” 하시며 넉넉한 웃음으로 격려해주셨다.

조선 건국 도읍지인 한양 동쪽의 외사산인 아차산 줄기의 망우산에 자리한 망우리공동묘지는 1930년 전후 서울의 급속한 도시화로 일제가 1933년 망우리 일대를 경성부 부립공동묘지로 정하였다. 그 이면에는 망우리 건원릉 즉 조선 왕조의 맥을 훼손하기 위한 일제의 간교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알려졌다. 대한제국을 조선으로, 서울을 경기도 경성부로, 양주군 망우리면을 망우리로 격하시켰다. 서울 인근 19개 공동묘지 대부분을, 1960년대 초 미아리공동묘지를 끝으로 망우리공동묘지로 이장하였다. 1973년 폐장될 때 망우리공동묘지에는 4만 8천여 기의 묘지로 가득 찼다. 현재는 7,000여 기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꿰뚫은 150여 인물들이 잠들어 계시거나 이장하였다. 개화기부터 1970년대 초까지 활동한 분들이다. 대한민국 국가기념일마다 빠짐없이 해당하는 인물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묻혔거나 관련을 맺는다.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과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인물은
<어린이 노래>·<유관순 노래>·<꼬마 눈사람>·<태극기>·<금강산>·<스승의 은혜> 등의 동요작사 아동문학가 소천 강용율, 「세월이 가면」·「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 「탈출기」·「홍염」의 소설가 서해 최학송, 「백치 아다다」·「구두」의 소설가 우서 계용묵, 「동승」의 극작가 함세덕, 「님의 침묵」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 근현대사의 거인 만해 한용운, 어린이의 동무 소파 방정환, 동요 <오빠생각>의 오빠 아동문학가 영주 최신복,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월파 김상용, 「실비명」의 소설가 김이석,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용운 오세창 박희도, 3.1만세운동 한국의 잔 다르크 유관순 열사, <가을 어느 날>·<해당화>의 화단의 귀재 아소 이인성, 대한민국 근대미술 3대 거장 <황소>와 은박지의 국민화가 대향 이중섭과 <지원의 얼굴> 조각가 권진규, 동아일보 창간사 정치인 설산 장덕수, 진보당 사건으로 사법살인 당한 정치인 죽산 조봉암, 손기정 선수 일장기말소사건 동아일보 소오 설의식, 간송 전형필의 멘토와 『근역서화징』의 민족의 어른 위창 오세창, ‘조선심’의 역사학자 호암 문일평,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된 아사카와 다쿠미, 종두법의 송촌 지석영, 『학생식물도보』의 저자 조선 천재 식물분류학자 고문사 당한 장형두 서울대학 사범대 부교수, 세종 이래 최고의 기상학자 국채표, 이영민 타격상의 만능 스포츠인 이영민, 수양동우회 사건 허연 이영학 독립운동가 등이다.

이장하신 분은 흥사단의 도산 안창호, 「파초」·「내마음」의 시인 초허 김동명, <우리의 소원>을 작사한 석영 안석주,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문학파 시인 영랑 김윤식, <고향>·<향수>의 작곡가 산남 채동선, 대한독립선언 39인 남파 박찬익, 3.1운동 민족대표 33인 나용환, 박동완, 이종일, 홍병기, 영화 <아리랑>의 춘파 나운규, 민속학의 선구자 석남 송석하, 4·19혁명의 도화선 이기붕 박마리아 부부, 4.19혁명 열사 편지가 유서가 된 한성여중 진영숙 수송국민학교 전한승 서울대 법대 신입생 박동훈, ‘동요 <우리나라 꽃> 작곡가 함이영, 창씨개명 강요하자 자결한 조선어학회 2대 간사장 주산 신명균 독립운동가, 보화각 화신백화점 설계한 박길룡 건축가, 수양동우회 사건 김봉성 문명훤 조종완 독립운동가 등이다.

이곳의 명칭은 ‘망우리공동묘지’에서 ‘망우리묘지공원’을 거쳐 ‘망우리공원’이라 이르다 현재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부른다. 1991년부터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했다. 전국 지자체 최초 묘지공원을 관리하는 전담 과가 2021년 7월부터 중랑구청 망우리공원과가 개설되어 서울시에서 업무를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시인 구상과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인물들과 만남의 이야기와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본고를 쓰려고 구상 은사님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 8월 30일, 이중섭 화가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 한국 이름 이남덕李南德 여사의 부음기사가 알려졌다. 지난 8월 13일 도쿄에서 뜨겁고 굴곡진 사랑의 여정을 마쳤다. 이남덕 여사를 망우역사문화공원 이중섭 묘역에 모시어 두 분의 사랑을 이어지길 빌어본다. 또한 시인 구상의 유택도 대향의 유택 옆에 모시고 우정을 말하는 <구상네 가족> 그림을 조각으로 부조를 세워 길이 기렸으면 좋겠다. 이중섭 그림전과 때에 맞춘 글과 말을 통해 대향이 대한민국 국민화가에 이르기까지 시인 구상의 역할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이중섭을 비롯하여 김이석, 박인환, 조봉암, 차근호 등은 시인 구상과 생의 굽이마다 만나 이야기를 남겼다. 그분들과 함께한 시공간을 증언하는 은사님의 글과 말을 통해 궁금증을 풀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중산 박정희 대통령, 하성 이용상 시인, 태경 김병기 화백, 성천 류달영 박사, 박순녀 소설가, 김종규 삼성출판사박물관 관장 등과의 교류를 통해 망우리 인물들과 이어지는 이야기는 화수분이다.

소설가 김이석은 북한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필화 사건인 시집 『응향』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하여 평양에서 원산으로 출장 온 검열원이었다. 시집 표지 그림은 시인 구상의 요청으로 대향 이중섭이 그렸다. 시인 구상이 비판받은 장소인 원산극장을 점심시간에 빠져나와 목숨 걸고 월남하였다. 김이석과 시인 구상 두 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중섭의 남한 생활을 살펴보며 배경이 되어 주었다. 김이석 소설가의 부인인 박순녀 소설가는 시인 구상과의 인연과 일화를 정정하게 말씀해주신다.

이용상 시인은 시인 이용상의 주흥반세기 한국근대인물비화 다큐멘터리 『용금옥시대』 저서를 통하여 시인 구상과 박정희 대통령과의 비화와 문단과 예술인 등과의 기행에 가까운 이야기를 밝혀주고 있다. 시인 구상과 성천 류달영 박사와의 수세를 위하여 두 번 차로 모시었다. 성천은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제자 이경숙의 뚜렷한 행적을 밝혀주었다. 아사카와 다쿠미의 추모제에서 만난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시인 구상과 이어진다. 김종규 이사장은 시인 구상의 막내 의형제로 시인 구상 유택을 대향 옆에 모시는 일을 본인의 마지막 임무로 시인 구상과의 만남의 매조지라 말하고 있다.

시인 구상은 시인의 인격적 존재로서 만해 한용운을 으뜸으로 쳤다. 죽산 조봉암 선생과의 만남은 서대문형무소 옆 방에서 두 분만 입고 있던 모시 고의적삼 이야기다. 속칭 ‘포대령’, 준장이 되면 자전거에 별판을 달고 다니겠다던 1961년 불과 44살로 행려사망자가 된 이기련 대령의 수락산 덕릉고개에 자리한 유택까지 찾을 수 있었다.

은사님의 사귐에 빛나는 옛길을 되새긴다. 은사님의 죽비로 귀한 시간을 이어가는 깨달음의 연속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 문인열전의 작품과 작가의 일화를 통해 삶을 성찰하여 나서는 길마다 아름다운 길이길 빕니다.

정종배 시인, 『해찰』, 『망우리공원 인물열전』 외 다수

구상선생기념사업회 회원 중심
10월 20일 목요일 오전 10시 상봉역 2번 출구에서 출발
25인승 버스로
망우역사문화공원 답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