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오대학 경제학부 서양화 화가 함대정(咸大正, 1920~1959)
함대정은 1920년 평북 박천읍에서 3남 3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향에서 소학교를 다녔다. 신의주동중학을 거쳐 일본 중앙대경제학부에 입학했으나 학병동원을 피해 중국 서주로 건너갔다. 당시 서주에 사는 한국인 친목단체인 협려산업주식회사에서 일했으며 2차 대전이 끝나자 1946년 귀국 선편으로 부산에 도착했다.
“함대정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30세가 넘어서였다. 그는 해방 후 타고난 노래솜씨 때문에 가수가 될까 생각한 적도 있으나 우연히 50년부터 그림에 몰두하게 됐다. 그는 동란 중 대구 부산으로 전전했다. 이 기간이 작가 수업의 초기임에도 매우 열의에 차 있었다”고 화가 박고석은 기억했다. 함대정은 작가는 그전에 그림을 그린 일이 없건만 불과 화업 3년만에 대구USIS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때의 풍경들은 원근법을 무시한 평면적인 구도였으며 화폭의 하늘도 푸르게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서구의 야수파 경향을 다분히 받아들였으며. 특히 54년 서울USIS의 2회째 개인전에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그는 국전에 처음 출품하여 입선했으며 55년 대한미협전에 응모해 최고의 협회장상을 받았다.
그리고 56년 3번째 개인전을 갖고 도불의 꿈에 사로잡혀 57년 도불전과 동시에 「파리」로 떠났다. 그의 도불은 국민대 회화과 박영남 명예교수 아버지인 고향 선배 평생 후원자 박기훈씨를 비롯해 금세영 황중희씨 등 고향의 친지들이 경제적 뒷받침해줬고 함태영 부통령이 여권 절차를 도왔다.
그는 파리에서 1년여를 머무르는 동안 그곳의 추상운동에 자극돼 반추상으로 전향했다. 그의 단칸방 아파트는 50호의 작품을 제작할 수 없도록 비좁았지만 당시 파리에 신축된 모 예술인회합장소에 5백호의 벽화를 제작, 기념작을 남겼지만, 현존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함씨는 1959년 초에 일시 귀국해 ’체불전‘을 가졌다. 결혼도 하고 다시 건너갈 생각이었는데, 그해 10월 갑작스런 간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화가 함대정씨의 추도식과 묘비와 팔레트 모양의 꽃을 꽂는 화병도 비운의 조각가 차근호 제작으로 제막식을, 고인의 기념사업회와 동창회의 마련으로, 1주기 때 지금의 동원중학교 뒤편 망우리 묘지에서 치렀다.
그는 화업 8∼9년에 5회의 개인전을 가질 만큼 재능 있는 정열적인 작가였다. 적어도 1백50점 이상 남겼을 것으로 추산되나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20점 미만이다. 그의 동생도 월남했지만 그리 왕래하지 않고 끝내 독신생활을 하는 괴팍한 성격이었다. 여성을 가까이하지 않았을뿐더러 화단에 번잡하게 교류하지도 않았다. 그는 특별한 화론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작가가 정신을 가지고 작품을 제작해야한다‘는 지론에 철저했다. 대표작으로 〈뒷거리〉·〈군조群鳥〉·〈익사자〉 등이 있다.
“비록 작품세계를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50년대 한국화단에서 인상에 남는 천재적 작가임에 틀림없다. 단기간에 탁월한 변모를 보여줬는데 좀 더 살았더라면 하는 아까운 작가다였다”고 화가 권옥연은 말했다.
함화백은 한국화단에선 보기 드물게 숨은 후원자에의 해 작가 수업을 했던 행운아다. 한국전쟁 전후의 어려운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그의 작가적 자세와 역량은 앞으로 새로운 각광이 비쳐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묘지는 중랑캠핑숲을 조성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작업한 관계 기관의 기록이 있을지 모른다. 조각가 차근호 제작한 묘비라도 찾아 다시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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