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시차 벌레똥차
코로나 이전에는 계절별로
각기 다른 보이차 맛을 봤다
작년 일년 이런저런 이유로
뵙지 못한 스님에게
아픈 허리 압봉과
자석 치료 받은 뒤
점심공양 함께한 후
오랜만에 1980년 이전 차와 문혁전차 등
보이차를 원없이 음미했다
오늘은 충시차 벌레똥차 일명 용주차까지 새로 개봉하여 내주셨다
보이차를 먹고 자란 벌레가 누운 똥을
붓으로 긁어모아 덖어 만든 보이차로 처음 맛을 보았다
지금까지 마셔본 보이차와
다른 색과 향기와 맛과 뒤끝
오감이 깊고 오래 남았다
3시간 넘게 차담 후
보이차에 빠지면 절간 두 채는 쉽게 잡아 먹는다는
100년 된 보이차를 맛보려 도반 일곱 모두가 4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순서를 기다려 봤다는 스님에게
길상사 '맑고 향기로운 소식지'와 달력과 보이차 한 편을 선물 받아
잔설과 빙판길을 빠져 나와
화서 이항로 선생 생가 앞에서
화서의 의병 정신을 이어 받아
의병장인 면암 최익현 의암 유인석 양헌수 장군을 기렸다
나라를 다른 이를 아니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며
늙고 병든 몸으로
눈으로 뒤덮인 앞산을 두 눈에 담았다
약 한번 치지 않은 태평농법 보이차만 먹고 자란 벌레의 똥차를 마시고
똥이나 잘 싸길 자조하며
집 도착 전 주유소 화장실에
오줌발을 두 번이나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