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 일기 1916~1943
한 지식인의 내면세계를 통해 본 식민지 시기
조선왕조실록은 위대한 기록문화 유산이다. 매천야록 백범일지 등도 중요한 역사적인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기록을 찾아 윤치호 일기를 읽었다. 한 지식인의 기록이다.
일제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해 사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100년 전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여 읽어주시길 빕니다.
장정심 시인이 참상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음에는 1923년 9월 10일과 11일 아사카와 다쿠미 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윤치호 일기 1923년 9월 3일 월요일
통신이 두절된 탓에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도 있긴 하지만, 도쿄와 요코하마가 거의 완전히 파괴된 것만큼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15만 명이 화재, 해일, 기아, 열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되었다. 9월 1일 오전 11시 50분쯤 대지진이 발생해, 24시간도 채 못 돼서 대도시인 도쿄와 요코하마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세계대전에서 과학의 파괴력이 증명되었으나, 이번 대지진을 통해 과학의 무기력함이 여실히 입증되었다. 이 두 사건을 통해 인간이 탁월하다는 게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를 엿볼 수 있다.
1923년 9월 10일 월요일
어리석고 무분별한 조선인과 일부 일본인 사회주의자들이 도쿄와 요코하마에서 불길이 타오르던 와중에 재산을 약탈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모양이다. 야마가타 데이사부로 씨는 일부 조선인들이 약탈, 강간, 심지어는 방화마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일부 조선인들이 몹시 야비해서 이렇게 못된 짓을 저지른 게 틀림없다면, 이 어리석은 조선인들이 조선이라는 고운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미친개들만도 못한 인간들이며, 구제받을 만한 여지가 전혀 없다.
1923년 9월 13일 목요일
지진이 일본에게 대재앙이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조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조선에서 도쿄로 돈이 지속적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은행 대출이나 의연금의 형태로 말이다. 갈수록 조선의 자금시장이 경색되어가고 있다. 당국이 쌀값을 억제하다 보니, 조선인들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박탈당한 상태다. 다양한 명목의 세금들이 이중, 삼중으로 부과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수억 엔이 복구사업에 쓰여질 것이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자금이 돌면서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인들에겐 복구사업에 쓰이는 돈을 단 푼이라도 만져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인들은 일본이 이익을 얻든 손해를 보든 간에 고생만 할 뿐이다.
1923년 9월 18일 화요일
다행스럽게도 도쿄와 요코하마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조선인들이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낭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2천~3천 명의 조선인들이 격분한 일본인들에게 린치를 당했다는 내용의 소문이 나돌도 있다.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장용섭의 누이인 장정심이 9월 2일에 쓴 편지에 의하면,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인 패거리가 그녀를 죽이려고 하숙집을 들이닥쳤다. 그녀는 하숙집 주인이 일본 옷을 입혀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함께 하숙하는 사람들도 그녀에게 더할 수 없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장정심(張貞心, 1898~1947) 감리교 전도사, 여류시인, 개성 최초이 감리교 신자 중 한사람인 장효경의 딸이다. 호수돈여학교, 이화학당, 협성여자신학교를 거쳐 감리교 여선교회 사업부에 근무하며 문서 및 전도활동에 매진했다. 일제 말기에 조선기독교여자절제회 제4대 총무를 지냈다. 독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 종교시를 다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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