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진관사 저녁 산책

정종배 2018. 4. 2. 20:20


 

 

 

 

 

 


 

 

 

 

저녁밥 일찍 먹고 산책길

진관생태 늪에는 폐기물 녹물이 흐르고

먹이감 찾으러 내몰린 유기견 강아지 세 마리 재롱을 부린다

한 녀석 오른 쪽 다리를 두 녀석이 집중하여 공격한다

공격 당한 녀석이 날 피하려 도망간다

발목이 싹둑 잘려 절뚝이며 멀리 간다

사람의 덫에 걸려 용케 빠져 나와

저만큼 커 대견했다


느티나무 까치집에 까치 한 쌍 저녁놀 물고 귀가 한다

진관사 아미타불 곁으로 멧돼지 세 마리 낙엽 쌓인 숲길을 자박자박 물소리 흉내내며 수륙재터 소나무 숲으로 내닫는다

김신조 루트의 바위 틈에

제비꽃 잎들이 움추리고

언덕의 제비꽃은 꽃잎을 흔들어

멧돼지 가족의 저녁거리 찾는 길을 안내한다


템플스테이 파란 눈 아가씨 셋이서 멧돼지 가족들 저녁거리 행군길을 호기심이 발동해 묻는다

마운틴 피크 패밀리 디너쇼라 답하며

손가락 셋을 펴 보였다

마더 피크 스트롱이라며

엄지척 손가락을 치켜 세워 웃는다


소나무 붉은 껍질 놀빛이 배어든다

갯버들 꽃숭어리 노랗게 피어난다

홍제루 금강역사 어깨 힘이 팍팍 들어

대웅전 앞 연등 불빛 진달래꽃 향기보다 더 환하다

 

멧돼지와 유기견은

춘궁기 먹을 것 찾으려는 절박한 길이다

배 꺼지라 걷도 걷는 산책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올여름 느티나무 그늘도 저녁놀 스며들어 통통하게 살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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