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꽃
정종배
오월 볕 좋은 날
오동꽃이 피었다
작년 묵은 가지에는 오동이 빠져나간 껍질이
꽃가지 아래에 그대로 달려있다
보란듯이
비바람 눈보라 다 이겨낸
훈장 없는 희망의 디자이너
예쁜 손녀 얻고 심은
오동나무 바라보며
흐믓하게 웃으시던
아버지 마음을 읽어본다
바람에는 노래가락
노을에는 춤사위
구름에는 휴식시간
낮달에는 추억을
별빛에는 사랑을 그려준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 봐야만
제대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