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정종배
일요일 이른아침
서울 둘레길
구름정원 계단을 오른다
오뉴월 보리 이삭 팰 때
보릿고개 맞이한
멧돼지네 가족들이
먹이를 찾다찾다
잡혀 죽으나 굶어 죽으나
겹겹이 둘러싼 포획틀 따돌리고
철망과 나무 난간 보호대를 뚫고서
긴 등산로 길섶의 땅 밑과
낙엽 아래 숨어버린
작년 가을 도토리를
목숨 걸고 밤새 뒤져
새끼들 뱃속을 채웠을까
한해에 먹고 남은 잔반
처리비용 25조 이상인
배부른 대한민국
도토릴 싹쓸이 해가버린
몰강스런 작태를
그만 둘 때가 언제이냐
그악스런 인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