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개망초

정종배 2018. 6. 28. 06:05

 

개망초

 

      정종배

 

 

망초 망초 개망초

개항 이후 삼천리 금수강산

순식간에 쫘악 퍼져

배곯은 의병들은 계란꽃이라

쓰린 배를 눈요기로 달랬다

 

향로봉 등산로 며칠째

소쩍새 뻐꾸기 두견이 휘파람새 유기견

울음소리 들리지 않았다

 

나무들 사이 사이 흐드러진 개망초 꽃밭에

돈 몇 푼 아끼려

월남 파병 이종형 인생을

오십대 초반에 작파시킨 제초제를 뿌렸다

 

장마를 예보하는 개미들의 행렬은 길어졌다

 

도랑 건너 개쉬땅나무 울멍울멍 꽃망울 터트린다

 

마른 풀잎은 벌써 늦가을

 

아이들은 좋아라

물것들 얼씬 못해

거침없이 뛰논다

 

망초 망초 사람들 개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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