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진관사 물소리

정종배 2018. 6. 29. 05:51

 

진관사 물소리

 

             정종배

 

 

비 온 뒤 진관사 계곡은

물소리뿐

날짐승 길짐승

울음 소리 들리지 않는다

 

물방울 하나 하나 온몸으로 계곡이 부서져라 소리쳐

난바다 향해 가며

멧돼지 유기견 비둘기 소쩍새 뻐꾸기 두견이 휘파람새 울음소리

한 입 가득 물고 쉼없이 노래하는 골짜기

물소리에 붙잡혀 함월당 마루에 앉았다

 

잠시 쉬는 장마철 구름과 배어든 노을과

음 오월 열나흘 달빛에

한참을 넋을 놓고

날짐승 들짐승 울음소릴 손구구 하면서 되새겼다

 

물소리 끊나는 일주문을 나서자

호두를 놓고 온걸 알아채고

뒤돌아가 반갑게 굴리니

호두 두알 취했는지

물소릴 흉내내 굴리고 굴렸다

 

올여름 더위도 한 볼테기 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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