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정종배
보리수 내 고향에선
주근깨 투성이 점순일 골려 먹을 때
포리똥이라고
잘 익은 열매의 심장 소리 붉디붉어
입안에 넣으면 시금털털 떫지만
우물우물 씨만 빼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한 맛
어릴적 담장 너머 매달린 열매가
우리 집 것이다 아니다
이웃집 애들과
싸우던 추억은
지금도 포리똥 맛이다
그나저나 나하고 싸우던
지집애도 일찍 혼자 되었다
이제는 텅 빈 고향
훈김 나간 친정집에 내려와
엄마 없는 손주를 돌보고 있단다
올해도 보리수 열매는
선분홍 빛으로 줄줄이 늘어트려
내 고향 여름을 거뜬하게 지키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