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보리수

정종배 2018. 7. 1. 22:11

 

 

보리수

 

        정종배

 

 

보리수 내 고향에선

주근깨 투성이 점순일 골려 먹을 때

포리똥이라고

잘 익은 열매의 심장 소리 붉디붉어

입안에 넣으면 시금털털 떫지만

우물우물 씨만 빼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한 맛

 

어릴적 담장 너머 매달린 열매가

우리 집 것이다 아니다

이웃집 애들과

싸우던 추억은

지금도 포리똥 맛이다

 

그나저나 나하고 싸우던

지집애도 일찍 혼자 되었다

이제는 텅 빈 고향

훈김 나간 친정집에 내려와

엄마 없는 손주를 돌보고 있단다

 

올해도 보리수 열매는

선분홍 빛으로 줄줄이 늘어트려

내 고향 여름을 거뜬하게 지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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