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소나무

정종배 2018. 7. 13. 01:03

 

 

 

소나무/정종배

 

역마살로 퍽이나 쏘다녀

다음 생엔 나무로

나무 중에

소나무로 태어나

비바람 눈보라에 바위 틈새 꼿꼿하게 버티어

황장목으로 자라고 싶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멧돼지네 진흙탕 목욕하고

진드기 떨어내게 밑동을 내주라면

어째야 쓸까

깝깝한 일이제만

불목하니 도끼날에 넘어지는

참나무보단 나슨께

잔말 말고 있드라구

 

상처 하나 없이 크면

복령 밑도 안들고

옹이도 없으면 불땀도 쉬언찮허단마시

 

젊었을 때 산판 벌목 목도꾼으로 일하신 아버지

술 한 잔 자시면

되돌려 감으시던 이야기가 그리운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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