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거미

정종배 2018. 7. 17. 18:32

 

거미/정종배

 

뒷목과 발목과 무릎이 아파서

지하철역 계단을 피하려

버스로 환승하다

골목책방 오랫만에 들렀다

시집 권당 천원씩 여섯권 안주인께 계산하며

바깥양반 중풍 소식을 접했다

2년 안에 가게를 넘겨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단다

2년 후 정년 뒤 소일거리 목록 하나 더 추가했다

 

720번 버스에 올라 타

홍제역 지나서 좌석에 앉았다

구름이 낮게 깔린 서쪽 하늘 무엇인가

눈 앞에 어른거렸다

녹번역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자

작은 거미 한 마리다

버스가 내달리자

거미줄에 매달려 흔들린다

아픈 목을 뒤로 저쳐

저 위태롭고 경건한 일자리가 털리지 않기를

안전한 삶으로 환승을 빌고빌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 정류장 환승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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