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노숙자

정종배 2018. 7. 17. 18:47

 

노숙자/정종배

 

 

최강 폭염 이어지는 초복날 출근길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 오른쪽 1-4

한겨울 방한복에 모자를 눌러 쓴

큰 키의 쭉 빠진 노숙자

휠체어 이용고객 배려공간에

음료 빈 캔 이부자리 빵조각 과일과 냄비와 밥그릇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 봉지

열 개 넘게 거느리고

창 밖을 응시하며 버티고 서있다

출입문이 열리면 봉지를 헤아린다

 

출입문 들어서는 승객들 앗 뜨거라

코를 막고 도망간다

 

저 많은 봉지를 어떻게 내릴까

혼자서 옮기기엔

정차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종점인 소요산역 계곡물에 빨고 씻어

푸른 숲 향기로 되살아나

뻐꾹새 울음소리와 소요하길 기도한다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반고 전성시대  (0) 2018.07.23
세계테마여행  (0) 2018.07.23
거미  (0) 2018.07.17
작살나무  (0) 2018.07.17
소나무  (0) 201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