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정종배
최강 폭염 이어지는 초복날 출근길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 오른쪽 1-4
한겨울 방한복에 모자를 눌러 쓴
큰 키의 쭉 빠진 노숙자
휠체어 이용고객 배려공간에
음료 빈 캔 이부자리 빵조각 과일과 냄비와 밥그릇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 봉지
열 개 넘게 거느리고
창 밖을 응시하며 버티고 서있다
출입문이 열리면 봉지를 헤아린다
출입문 들어서는 승객들 앗 뜨거라
코를 막고 도망간다
저 많은 봉지를 어떻게 내릴까
혼자서 옮기기엔
정차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종점인 소요산역 계곡물에 빨고 씻어
푸른 숲 향기로 되살아나
뻐꾹새 울음소리와 소요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