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까마중

정종배 2018. 8. 23. 05:14

 

 

 

까마중/정종배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

 

비구니 탁발승 뒤따르며

시망스런 애들이 놀려대다

어른들이 네끼 이놈들

꾸짖으면

슬슬 뒤꽁무니 빼

 

길섶의 잘 익은 검정색 동그란 작은 열매

손가락으로 건디리면

손 안에 또르르 구르며 가을이 가까이 왔다고 알리는 까마중을

한 주먹 따면서 읊조리는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

 

까까중 빼닮아 까마중

 

입 안에 한 주먹 털어넣고

톡톡 터지는 아릿한 맛의 독성은 장이 약해 껀뜻허면 탈나는 내 뱃속 소동을 잠재우는 민간요법 단방약

 

조그맣다 깔보다 큰 코 다친다 그 이름 용규로

여름철 하루내 멱감은 뒤 허기를 달래준 군것질의 대명사

 

신이문역 자전거 따릉이 집합소 옆

담배 피고 버리는 쓰레기장에 자라나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고 지나치는 도심속

마을버스 기다리는

또랑시인 추억거리

 

깜박산 돗재 너머 외가에 3년째 요양 중인 엄마가 보고파 문 밖에 달빛아래 서성대던 나에게

텃밭 풀숲 까마중 열매를 한 주먹 따 내민 우물을 같이 쓴 옆집 둘째 딸을 불러본다

 

광자야 보고잡다

 

아차 수빈이라 개명했다

 

수빈아 얼굴 한 번 보자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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