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정종배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
비구니 탁발승 뒤따르며
시망스런 애들이 놀려대다
어른들이 네끼 이놈들
꾸짖으면
슬슬 뒤꽁무니 빼
길섶의 잘 익은 검정색 동그란 작은 열매
손가락으로 건디리면
손 안에 또르르 구르며 가을이 가까이 왔다고 알리는 까마중을
한 주먹 따면서 읊조리는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
까까중 빼닮아 까마중
입 안에 한 주먹 털어넣고
톡톡 터지는 아릿한 맛의 독성은 장이 약해 껀뜻허면 탈나는 내 뱃속 소동을 잠재우는 민간요법 단방약
조그맣다 깔보다 큰 코 다친다 그 이름 용규로
여름철 하루내 멱감은 뒤 허기를 달래준 군것질의 대명사
신이문역 자전거 따릉이 집합소 옆
담배 피고 버리는 쓰레기장에 자라나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고 지나치는 도심속
마을버스 기다리는
또랑시인 추억거리
깜박산 돗재 너머 외가에 3년째 요양 중인 엄마가 보고파 문 밖에 달빛아래 서성대던 나에게
텃밭 풀숲 까마중 열매를 한 주먹 따 내민 우물을 같이 쓴 옆집 둘째 딸을 불러본다
광자야 보고잡다
아차 수빈이라 개명했다
수빈아 얼굴 한 번 보자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