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싸리나무

정종배 2018. 8. 19. 22:03

 

싸리나무/정종배

 

 

땅싸리 참싸리 조록싸리 광대싸리 족제비싸리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여기 한국의 땅에 잠든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이

사방공사 수목으로 식재하며

이름 부쳐 주었다

 

2000년 이후 내 삶의 지남차인

다쿠미 선생을 생각하며

눈 한 번 더 주고 간다

노을 속 마실길 산책길

수방사 야간사격 총소리에

싸리나무 이파리가 힘을 더 조여

늦은 여름 계절을 돌돌 만다

 

최전방 군생활 늦가을 싸리를 꺾고 베어

빗자루 매어 위문품 보내는 자매결연 단체에 보내며

한철을 보낸다

 

월남전 참전한 본포대 인사계 일명 윤망멩이

몸이 아픈 마누라 치료비

싸릿비 매어 팔아 충당했다

전역을 앞두어 열외인

고참들도 품을 내 도와줬다

 

인사계 집에 들러 치료하던

허우대 멀쩡한 의무병 김병장 제대하며

인사계 마누라까지 가정에서 전역시켜

남해 바닷가에 살림 차렸다는 소식이

다음 해 한여름 싸리꽃 꽃향기에 실려왔다

 

그해 겨울 서부전선 임진강 장파리에

줄기차게 떡눈이 내려 쌓여

싸리빗자루 들고 쓸고 아침저녁 점호집합

병사들 힘팡지고 짜증이 극에 달아

주말 외박 외출까지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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