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배/정종배
땅 위에 그냥 걸을 땐 위태롭다
허리 굽고 다리 휘어
키보다 큰 널배를
뻘밭에 뉘일 때까지
영락없이 극노인으로 안쓰럽다
널배에 왼무릎 올리고
오른 발을 밀때부터 변신한다
베스트 드라이버로
부드럽게 뻘밭을 누빈다
휘휘 뻘을 휘저어 꼬막과 조개를 주워내기
반 백년 진이 박혀 신이 난다
힘 하나도 없다가도
물이 빠지고 뻘이 나오면
물불 가리지 않고
가족들 목숨을 이어간다
어머니 팍팍 힘은 뻘보다 징허게 보드랍다
뻘밭은 널배는 어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