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이말산

정종배 2018. 8. 16. 05:59

 

 

 

 

이말산/정종배

 

야생화 꽃향기 넘친다

한양도성 성저십리

영조 어머니 무수리 최씨 조상묘와

내시와 궁녀들의

떼 무덤이 뒹구는 이말산

 

멧돼지 먹이사냥 길이 난다

먹이가 부족하면 새끼와 더불어

등산로 가장자리 뒤집어 마지막 도토리를 찾는다

청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 높은 곳은

멧돼지 좋아하는 벌레가 그득하다

 

남과 북 말굽형으로 품에 깃든 은평뉴타운

열대야로 도심은 잘 못 이루지만

숲세권이라 에어컨을 돌리지 않고도 단잠을 청하고

청소차가 다니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는 서울시내 처음으로 지하 수송관로를 통해 소각장으로 직행하는 최첨단 시설로

까마귀 까치 유기견 고양이 한 마리 얼씬도 않는다

 

멧돼지 봄가뭄 때 아파트 뒤 진흙탕 목욕을 밤을 새워 즐기다 꽃밭을 다 갈아 엎고

철조망 안 소나무 한 그루 밑동을 등을 긁는 효자손으로 하얗게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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