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산/정종배
야생화 꽃향기 넘친다
한양도성 성저십리
영조 어머니 무수리 최씨 조상묘와
내시와 궁녀들의
떼 무덤이 뒹구는 이말산
멧돼지 먹이사냥 길이 난다
먹이가 부족하면 새끼와 더불어
등산로 가장자리 뒤집어 마지막 도토리를 찾는다
청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 높은 곳은
멧돼지 좋아하는 벌레가 그득하다
남과 북 말굽형으로 품에 깃든 은평뉴타운
열대야로 도심은 잘 못 이루지만
숲세권이라 에어컨을 돌리지 않고도 단잠을 청하고
청소차가 다니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는 서울시내 처음으로 지하 수송관로를 통해 소각장으로 직행하는 최첨단 시설로
까마귀 까치 유기견 고양이 한 마리 얼씬도 않는다
멧돼지 봄가뭄 때 아파트 뒤 진흙탕 목욕을 밤을 새워 즐기다 꽃밭을 다 갈아 엎고
철조망 안 소나무 한 그루 밑동을 등을 긁는 효자손으로 하얗게 상처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