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단비

정종배 2018. 8. 13. 04:17

 

 

단비/정종배

 

올여름 밤 아열대현상이지만

은평뉴타운 맨 위쪽 숲세권이라

창문을 열어두면

에어컨 돌리지 않고도 잠을 청할 수 있다

홑이불로 배를 덮을 때가 많다고 자랑한다

 

야삼경 후두둑 반가운 소리다

창문을 닫았다

빗방울 소리가 잦아들어

창문을 열었다

 

우레와 번개 속에

다섯 번 반복하다

핸드폰을 켜 날씨

비 올 확률 20%에도

단비가 오는구나

 

내 지금껏 큰 잘못 없이 사는 것도 이렇지 않을까

 

날 위하고 돌봐주며 기도하는

이들이 늘 고맙다

 

그 분들을 위하는 사랑이 이렇다면

몇 번이고 상관없다

 

사는데 수 없이 열고 닫는 문이란

닫으면 벽이 되고

열으면 문이 된다

 

사랑은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면

그다음엔 열고 닫는 일 없이

묻지도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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