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정종배
올여름 밤 아열대현상이지만
은평뉴타운 맨 위쪽 숲세권이라
창문을 열어두면
에어컨 돌리지 않고도 잠을 청할 수 있다
홑이불로 배를 덮을 때가 많다고 자랑한다
야삼경 후두둑 반가운 소리다
창문을 닫았다
빗방울 소리가 잦아들어
창문을 열었다
우레와 번개 속에
다섯 번 반복하다
핸드폰을 켜 날씨
비 올 확률 20%에도
단비가 오는구나
내 지금껏 큰 잘못 없이 사는 것도 이렇지 않을까
날 위하고 돌봐주며 기도하는
이들이 늘 고맙다
그 분들을 위하는 사랑이 이렇다면
몇 번이고 상관없다
사는데 수 없이 열고 닫는 문이란
닫으면 벽이 되고
열으면 문이 된다
사랑은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면
그다음엔 열고 닫는 일 없이
묻지도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