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일액현상

정종배 2018. 8. 9. 19:23

 

 

 

일액현상/정종배

 

 

이른아침 진관야생동물생태보호구역

나무데크 산책길

 

열대현상에 잠 못 이룬 아침이면

느릅나무 가지 아래 데크가 물기에 젖어있다

 

이파리에 매달린 물방울을 햇살이 꿰뚫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반짝였다

 

날씨가 무더워 매미가 울어대면

나무는 제 몸이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하여

넘치는 물을 뭉쳐

잎맥 끝에 물방울로 내달아

오늘하루 견딜만큼 푸른 물을 저장한다

 

느릅나무 한 그루로

욕심을 덜어내

푸른 그늘 향기를 내품어

최악의 폭염에 녹아 지친 사람들을 불러들여

무지개빛 꿈길을 내주는 하루이길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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